일련의 과정들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가져갔다.
요즘 사진이 통 포스팅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 때문.
강양은 빵 수업에서 받은 강한 인상과 자신이 만든 빵을 사진과 함께
포스팅하려고 작성해 뒀는데 사진이 아직 편집되지 않아 비공개로 아직 묵혀있는 상태다.
집과 학원을 오가며 하루 4시간의 고강도 수업도 만만찮은데
늦은 밤까지 집에서 홀로 그날 배운 것을 복습, 또는 예습을 반복하느라
몸이 파김치가 돼 포스팅 할 기운도 없는 모양이다.
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배우는 것 조차도 이렇게 피곤하건만
하루 9시간 이상의 스트레스 풀 셋트의 노동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어떨지..쯧쯧..
아무튼 빵 포스팅 마무리하라고 독촉을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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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씨니(Grissini)라고 이탈리아 전통 빵이 있다.
식사때 즐기는 길쭉한 형태의 바삭한 비스켓이라고 해야 할텐데
박력분에 올리브오일과 맥주 효모, 소금을 섞어 열심히 반죽해 구워내는
간단하면서 맛 역시 간단 담백한 요리다.
이탈리아 현지의 식당에는 테이블 위에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소금과 후추, 그리고 올리브오일인데 종종 하나씩 개별 포장된
그리씨니를 담아놓은 통도 함께 보는 경우가 많다.
물 한 잔도 돈을 받는 이곳인지라 하찮게 보이는 이것 역시 공짜는 아니다.
서울에도 이미 알려져 그리씨니를 내주는 집이 제법 되는 듯 싶고
이를 찾는 팬들도 제법 있는 모양이다.
며칠 전 강양이 그리씨니에 도전했고 본인 말로는 50% 성공했다는데
어제 맛을 보니 내 생각엔 90% 성공이지 싶다.
창의성을 발휘해 그라나 치즈도 갈아 넣은 버전, 통후추를 넣은 버전 등
다양화한 시도를 했는데 모두 훌륭했고 특히 치즈버전의 경우 맛과 향이 퍼지자
대번에 이탈리아가 떠오를 지경이었다.
그리씨니 외에 다른 빵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려 하는데
요란한 걸 낼 생각은 없고 그럴 재주도 안된다.
다만 기억을 되살려 몰타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말티즈 브레드(Maltese bread),
혹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지방의 전통 빵을 최대한 모방하려고 하는데
치아바따(Ciabatta)라는 이름의 빵이 바로 그것.
<사진-위키피디아>
바로 요놈인데 올리브유와 효모, 이스트 외에 맛에 있어 특별히 섞는 것은 없고
단지 까다로운 반죽과 하루 가까운 발효과정을 거쳐야 만들어지는 인내의 빵이다.
사실 몰타와 뿔리아의 빵은 겉면이 저것보다 더 투박하고 태워먹은 부분도 더 많아
얌전한 치아바따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결국엔 한통속.
처음에 접했을 땐 마치 원시시대에나 구워먹던 인류 최초의 빵이 바로 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분히 '민생'적인 모양에 적잖이 놀랐었다.
이 빵 역시 국내에 이미 널리 알려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는데
지중해의 가난뱅이들이 별 거추장스런 요령없이 끼니를 위해 만들어 먹던 빵이
어느새 한국의 고급 식당 메뉴로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혁신과 개발이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복고를 갈망하는 입맛들이 점점 많아지고 이를 한 차원 높은 패션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많아지고 있는 건 맞는 듯.
치아바따는 겉은 딱딱하면서 가죽 못지않은 질긴 질감을 가진 반면
속은 촉촉하면서 쫄깃하고 구수한 밀의 향을 가득 머금고 있다.
발효가 거칠고 왕성해서 구운 후 썰어보면 빈공간이 다른 빵에 비해 크다는 점도 특징.
저처럼 채소를 비롯한 각종 고명을 얹어내면
훌륭한 맛과 멋과 영양의 브루스케타로 탄생한다.
발효빵이 결코 쉽지 않다는데 얼만큼 질좋은 빵을 만들어낼지,
빵을 굽기로 나선 강양의 역할이 막중하다.
사실 빵맛 하나만으로도 식당의 손맛에 높은 점수를 주는
입맛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인 만큼
상투적으로 내주는 빵이라도 허투루게 낼 수 없다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그 빵을 좋아하는 우리의 취향이 아무래도 우선.
식당까지 하는 마당이니 좋아하는 것, 그리고 만들 수 있는 것은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 재미고 의미다.
좁은 공간을 물리적으로 넓힐 방법은 없지만 테이블과 좌석을 요리조리 배치해
최대한 좁지 않게 느끼도록 하려는데 실제 어떨런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나무와 탄을 때는 난로를 꼭 놓고 싶은데 요놈 자리를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고
신종플루를 대비해 간이 세면대도 갖추라는 주변의 조언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지만 역시 쉽지 않다.
그나마 13석 확보가 가능했던 것은 순전히 다찌(요리사와 마주하는 일직선 테이블..)때문.
일전에 일본 요리드라마 '밤비노'에 등장하는 시골 파스타집의 다찌를
꽤 눈여겨 봐뒀고 마침 얼마전 가본 홍대 일본식 덮밥집 <돈부리>에서도
바로 다찌에 앉아 식사를 했었는데 식사를 즐기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어 큰 자신감을 얻었다.
다만 어수선한 주변에 좀 더 노출된다는 약점이 있지만 그런 불편은
결국 맛과 서비스로 보상하는 수 밖에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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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을 떠올리고 외서들을 뒤적이고 인터넷을 들락거리며
맛의 불모지 상수에까지 홍대 순례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12월 연말 메뉴(혹은 오픈메뉴)를 구상중인데 이게 제법 재미도 있고 긴장도 된다.
(걱정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직장생활보다는 재미와 묘미에서 차원이 다르다)
주변 사람들에겐 기회 될때마다 밝혀온거지만
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요리가 주를 이룰 것이고
특히 오픈시점은 곧 겨울의 문턱인 만큼
질좋고 값싸게 쏟아져 나올 해산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주연으로 선보일 해산물 식재료의 가짓수만도 정리해보니 40개 내외.
이탈리아에선 고급식당이 아니면 접하기 힘든 재료들,
이를테면 조개나 게 따위는 우리가 훨씬 풍성하니 이놈들의 활약이 클 것.
메뉴는 한 달, 늦어도 계절별로 대폭 바꿔가며 내놓을 계획인데
제철에 나는 재료는 먹는 이에게도 좋고 장사하는 이에게도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리에 관한한 보다 많은 실험들을 시도하고 싶기 때문이다.
메뉴는 10개 안팎으로 단촐한 대신 내용을 최대한 탄탄하게 갖출 계획이고
재고로 인한 손실을 줄여 가격의 거품도 적절히 걷어낼 방침이다.
근사한 식사에 술이 빠지면 당연히 곤란.
주인공은 물론 와인, 허나 레드와인의 비중이 높은 현실을 탈피해
화이트와인을 전.폭.적.으로 밀고 나갈 방침이다.
이탈리아에서 돌아다니는 동안 화이트와인의 숨은 힘을 깨달았기 때문인데
어쩐지 물렁해보이는 이 술이 가져다주는 청량감과 기분좋은 취기는 꼭 공유하고 싶다.
더욱이 무겁지 않은 해산물 요리와의 만남이라면 화이트가
레드에 견줘 상대적으로 받는 천대와 오해도
적어도 이곳에서 만큼은 풀리지 않을까?
다만 수입주류에 매겨지는 관세가 높은 까닭에
가격책정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것이 뻔한 상황.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지 조만간 관련업계 전문가를 만나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로마의 한 숙소에서 만난 소믈리에와의 인연이 결국 이렇게 진화하는구나.
고급와인을 낼 생각은 없고 식사에 반주로 곁들이는 수준에서 저렴한 가격과
소박한 맛을 지닌 와인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의 두 세 가지 와인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텐데..)
평일 낮장사를 할지에 대해선 좀 더 고민해봐야 겠지만
주말에는 상수동 주민들을 위한 브런치는 꼭 낼 생각이다.
과연 이게 얼마나 반응을 얻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내심 기대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길 하나 건너면 식당 천지인 홍대지만 츄리닝에 쓰레빠끌고 나가기 뭣해
이곳 주민들(후배, 부동산, 건물주인, 철물점 주인.. 객관성이 좀 떨어지나?.. )은
근처에 제대로 된 식당 하나 없다는 것에 너도나도 원성을 쏟아낸다.
브런치는 좀 더 자유롭게 구성할 생각이고 단지 계란물 적신 빵이 아니라
심지어 전날 과음으로 속이 바짝 마른 이들을 위한 국물메뉴도 진지하게 고려중이다.
맑은 수프가 될 수도 있고 탕에 가까운 브로도가 될 수도 있고..
아무튼 바다요리와 화이트와인이
홍대 변방인 상수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이 둘의 어깨가 무겁다.
입과 귀에 착 감기는 이름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홍대를 돌아다니며 살피는 가게들 가운데 나름 뇌리에 남는 이름들은..
<감싸롱>
8천원대 안팎의 수제햄버거를 파는 식당으로
가정집을 개조한 아늑한 구조에 마당에 감나무가 있다. 거기서 착안한 듯.
<폴 & 폴리나>
유럽식 수제빵을 내놓는 베이커리.
빠리바게뜨와 뚜르쥬르로 대표되는 기성 빵문화의 단조로움에
활력을 불어넣는 빵집으로 요즘 새롭게 뜨고 있다고.
이름의 연유는 모르겠으나 입과 귀에 잘 감긴다.
<비너스 식당>
'식당'이라는 낮은 문턱에
'비너스'라는 제법 격조있는 이름이 더해져 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동과 파스타를 비롯해 대중성 높은 메뉴를 전면에 포진시켰는데
음식만 보자면 10점 만점에 4점.
스타일과 인테리어보고 오는 집인 듯.
<삼거리 포차>
수노래방과 더불어 어느새 홍대 길찾기의 기준이 돼버린 이름.
지리적 특성을 적절한 이름으로 표현해 냈을 때 그 위력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언제나 술꾼들로 바글바글.
<肉(육)값 하네>
대포집 분위기의 고깃집.
노력, 혹은 우연의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난스러운 매치와 달리 과연 내실에 충실할지 경계가 앞선다.
다행히 고기가 괜찮은지 빈 테이블이 별로 없다.
허나 테이블이나 실내 디자인이 왁자지껄 분위기가 아니라
호마이카 테이블에 깔끔떠는 분위기로 갔다면 99% 망할 이름.
<KU BAR>
발음만 듣자면 쿠바(CUBA)인 셈인데
이왕이면 'CU BAR'로 바꾸고 럼 따위를 전략품목으로 내놓으면서
캐러비언풍을 선보였다면 BAR를 찾는 이들에게 좀 더 쉽게 어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계단 손잡이나 처마에 꼬치불 빙빙 감으면 영락없이 한철 해수욕장 BAR 느낌.
<죠스 떡볶이>
홍대의 동맥으로 통하는 주차장 길에 떡 버티고 선
'조폭 떡볶이'의 영역을 위협하는,
어쩌면 이미 접수해버린 집.
매운 맛의 공포, 혹은 강렬함이 '죠스'와 이런식으로 매치될 줄은 정말 몰랐다.
맛을 떠나 '조폭'과 '죠스'중에 골르라면 죠스에 한표.
홍대의 수 많은 식당들을 살피며 돌아다녔는데 이곳 말고 몇 곳을 제외하면
뇌리에 딱 꽂히는 이름의 집은 별로 없는 듯 싶다.
<돈까스 참 잘하는 집>도 초기엔 신선했고 믿음이 갔지만
여기보다 더 잘하는 집이 생기면
억지부리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신뢰는 쉽게 허물어질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서교동에 사무실이 있을 때 <다복길>이라는 밥집이 있었다.
그 길가 이름이 '다복길'이어서 별다른 상상없이 지은 이름인 듯 싶었는데
특이한 건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라고
간판에 작은 글씨로 부제를 달았다는 점이다.
애교스런 겸손이었지만 그러나 지금 우리 기억엔
세상에서 첫 번째로 맛있는 집으로 남아 있다.
그런점에서 보면 이름과는 관계없이 결국 식당은 맛과 서비스가 핵심 아니겠나?
음..
그래도 식당 이름은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그때는 4층에 입주했었지만 이번엔 1층이다.
업종도 영상제작편집에서
요식업으로 바뀌었다.
가게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줄어들 걸로 예상돼 걱정했던 주방공간도
원래 우리의 기대대로 복구됐고
향후 주차장 공간 전체도 원하면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입주는 10월 초에서 중순 사이가 될 듯하고
11월 하순에 오픈 예정.
가게 이름은 아직도 구상중이다.
모든 일상의 관심사가 오로지 가게 계약에 집중되어 주변 세상사에
그 어느때 보다도 무감해지는 요즘이다.
세상사도 여유가 있어야 보이는 법인가 싶다.
어제 집주인과의 첫 만남이 있었는데 사실은 거의 계약을 위한 만남이었다.
허나 뜻밖의 변수로 인해 계약을, 정확히는 계약의 가부 결정을 오늘까지로 미루기로 했다.
변수란 다름아닌 임대보증금의 100% 인상,
그리고 벽의 일부를 터서 조금 확장해 사용하기로 한 공간이
우리가 애초 기대한 만큼의 면적대로 나오지 않아 주방 활용에 큰 차질이 생긴 것.
전날 부동산과의 통화에선 보증금 50%인상에 이 마저도 6개월 후 증액으로 이해를 한 터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는데 어제 주인까지 모인 자리에서 정확히 확인해보니
결국 100% 인상이었던 셈이다.
이부분을 다시 조정해보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건물주를 설득해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급기야 '고통분담'이니 '선처'니 '헤아려주시길'이니 하는 어휘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꺼내든 말은 '양보'. 허나 결국 건물주는 한치도 '양보'가 없다.
오늘 다시 부동산을 찾는다. 공간문제와 관련해선
제작한 모형을 들고가 건물주와 이를 함께 보며 설득을 해보고
이마저 안되면 우리도 불가피하게 손님 테이블이 줄어들어 손해가 있는 만큼
확장공간분에 대한 월세를 다만 얼마라도 깎자고 할 생각이다.
냉장고와 작업대 하나 정도 들어가는 공간을 내주면서 월 30만원을 받겠다는 것은
좀 몰염치스럽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예상이야 했지만 역시 쉽지 않다.
더군다나 가게 계약 이후 들어가게 될 각종 경비의 조달은
소상공인 지원제도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계산이었는데 며칠전 확인해보니
공교롭게도 바로 얼마전에 그 자금이 모두 소진되어 천상 내년 1월의 새로운 회계년도에
자금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전화상의 상담이라 그렇게 대답하는게 아닐까 의심이 들어
가게 계약이 끝나면 곧바로 사업자등록증 들고 찾아가서
문의해볼 생각이다.
가끔 생각이야 했지만 작은 구멍가게라도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좋은 소식부터 쓸까 나쁜 소식부터 쓸까..
나쁜 소식부터.
원래 계획은 이달 중순에 철물점 자리 가게를 계약하고
늦어도 말까지 내부 인테리어를 마친 뒤 간판을 걸기 전인 11월 중순까지 한 달 반에 걸쳐
메뉴 구성과 거래선 확보, 맛내기 훈련, 홀 운용 계획 세팅, 그리고 주변의 모든 지인들을 한팀씩 불러
테스팅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은 한 달 뒤로 미뤄졌다.
이유는 철물점 사정 때문인데 인근에 깔아놓은 외상이 제법 많아 이를 회수하기 위해선
10월 추석을 십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철물점 아저씨는 가게를 내놓았다는 이야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보안을 유지하는 가운데 추석 전에 최선을 다해
외상값을 거둬들일 작정이라고 한다.
어찌나 보안에 신경쓰는지 빈 가게를 지키는 아줌마만 만나다가 어느날 아저씨를 처음 만났는데
"가게 보러 왔습니다"하고 인사를 건네니
"가게 내놓을 적 없는데.. 잘못 오셨나보네" 하고 시치미를 뚝 뗀다.
잠시 당황해 말문이 막힌 사이 아저씨는 나를 슬쩍 다른 자리로 이끌고서야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현물을 주고받은 거래도 제법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인건비인 셈인데 회수가 잘 될지 걱정이고
더욱이 가게 털고 나간다고 소문이 퍼지면 그마저 받기는 더 어려울꺼라고..
우리도 괜스레 걱정이 든다.
해서 외상회수작전이 마무리되면 늦어도 10월 중순에 가게를 비울 수 있다고 하니
그렇게 되면 11월 말이나 12월에 오픈을 할 듯 싶다.
이 역시 어디까지나 다른 변수가 없을 경우다.
다음은 좋은 소식.
평수는 8평이 채 못되는 식당치곤 그야말로 구멍가게.
오븐도 작게 줄이고 식기세척기도 가정용으로 줄이고 덩치를 차지하는 냉장.냉동고도
다이어트 시킨 끝에 겨우 11좌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는데
허나 이 역시 비좁기는 마찬가지여서 여간 고민스러운게 아닌 상황.
마침 이 건물에 대해 훤히 꿰고 있는 철물점 아저씨가 흥미로운 제안을 해왔는데
현재 철물점의 양 옆으로 카페와 4층에 사는 건물주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실내 주차장이니
실내 주차장에서 주차하고 뒤에 남은 빈공간은 철물점 옆 벽을 터서 연결하면
공간을 훨씬 넓게 쓸 수 있을꺼라는 거다.
주차장 공간은 어엿한 가게 자리지만
건물 가장자리다 보니 옆에 길을 내주느라 모서리 부분이 제법 깎여나가 실내가 약간 쪼그라들었는데
그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한건지 어쩐건지
주인은 그곳을 기껏해야 차를 세우는 용도로 쓰고 있다.
아무튼 잘하면 큰 고민 하나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 감격하고 있는 사이
철물점 아저씨는 커팅기로 벽을 자르고 차고쪽에 벽 세우고
우리가 원하면 벽에 새로 문도 낼 수 있을꺼라며 자신이 착착 구상을 짜준다.
각 가게 사이의 벽도 건물을 떠받치는 내력벽이 아니어서 얼마든지
허물어 없애도 문제가 안된다고.
우리로선 당장 그 상(狀)이 안잡히는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이지만
오랜세월 철과 콘크리트 밥을 먹어온 노장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별 대수로운게 아닌가 보다.
남는 문제는 건물주인의 의지.
주차장 일부를 터서 사용하면 자릿값으로 임대료를 좀 더 올려받으면 되니
주인 입장에서도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을꺼고
개인적으로 건물주를 잘 아니 자신이 이래저래 정리해주면 될꺼라고.
암튼 새로 가게가 들고 나는 것과 관련해 그의 설명과 논리는 제법 명쾌했다.
공사비가 좀 더 들겠지만 우리로서도 하등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야기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직사각형 형태의 미니어처에 옆으로 주차장 공간을
새로 짜넣고 실측한 치수를 줄여 새롭게 내부를 짜봤다.
그 결과 좌석수가 4개 더 늘어 총 15개로 늘어났다.
ㅋㅋㅋ
요 사진은 나중에.
햇살이 어찌나 따갑던지 부채가 없었더라면 애먹을 뻔 했다.
청계천의 끝자락에서 신당동쪽으로 넓게 버티고 있는 시장이 바로 중앙시장인데
실제 중앙시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지붕이 덮힌 형태로 그닥 크지 않고
그 주변으로 넓게 퍼져 있는 주방용품 가게들이 바로 중앙시장의 주인공 되겠다.
규모가 실로 엄청난데 먹는 장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정확히 대변한다.
리어카 포장마차 제품도 많고 이제 다가올 겨울을 앞두고 붕어빵과 군고구마 통도 꽤나 쏟아져 나올테다.
발길이 뜸한 뒷골목에선 씻고 닦고 칠하며 중고를 새것처럼 탈바꿈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기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말고는 중고품을 사는 것도 실용적이지만 기존 식당을 넘겨받는게 아니라
새롭게 시설을 꾸며야 하는 입장이라면 이마저도 좀 꺼려질 듯 하다.
물론 좀 된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애써 낡은 제품을 찾는 이들도 있을테다.
시장 상인들은100평 이상의 대형 식당 업주를 당연히 선호한다.
주문 물량이 커 재고 털기가 수월하고 오가는 돈도 크기 때문.
냉장고나 버너는 모두 국내에서 손쉽게 제작하는 것들이어서 가격도 안정돼 있고
비싼 편이 아니지만 오븐은 좀 편차가 심하다.
오븐도 국내에서 제작한 피자용 오븐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물건너온 오븐은 그 물량이 많지 않고 애초 가격이 고가여서
중고라 해도 값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전문 주방용 오븐은 컨벡션과 스팀기능에 자동 조리 프로그램이 기본 내장이고
심지어 자동 세척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직접 써보지 않아서 체감도를 얘기할 순 없지만 볼로냐의 마르코 주방에서 본
오븐을 국내 수입업체에 문의하니 2천만원 선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먼 얘기.
상인이 조용히 데리고 올라가 보여준 국내 제작 오븐.
해외 모 브랜드를 그대로 카피한 제품으로 가격은 300만원이라고.
의자가게도 둘러보고..
디자인 업계에서 단일품목으로 가장 많이 디자인된 물건이 전화기라는데
아마 아쉽게 2위에 그친 물건이 바로 저 의자 아닐까?
까운사도 기웃거려보고..
먼지를 뒤집어 써 꾀제제 해진 까운과 모자가 발길을 떠민다.
걷고 걸어 방산시장.
간혹 하는 얘기지만 서울에서 의식주를 뒷받침하는 세 곳의 성지가 있다.
의(衣)는 남대문 시장.
식(食)은 경동시장
주(宙)는 청계천 공구상가와 을지로 세라믹상가다.
이 가운데 남대문은 동대문에 밀려 점점 쪼그라들고 있고
경동시장은 서부를 주름잡던 모래내 시장의 쇠락으로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청계천은 물길을 만나면서 점점 녹슬어가고 있다.
콘크리트로 땟깔내기 좋아하는 개발주의 시장들을 만나 어떤 곳은 철퇴를 맞고
대부분은 그 생명력을 잃고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특히 동양 최대의 벼룩시장으로 평가받던 황학시장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롯데캐슬이라는 로보트같은 건물을 세워놓은 꼴은 정말 보기 역겹다.
이명박과 롯데의 관계가 심상찮았던 건 비단 성남 비행장 사건에서만이 아니라 어쩌면
서울시장을 지낼 때 부터 이미 형성된 관계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집에 새로 도배하거나 장판을 깔 경우 방산시장 오면 대한민국 있을 제품이 다 있고
포장용 비닐, 종이박스, 쇼핌백, 고무줄
그리고 저 제과제빵용품 가게도 바로 이곳에 오면 촘촘히 박혀있다.
손재주를 가진 이들에겐 그야말로 놀이터 같은 곳.
지친 다리 버스에 태워 상수역에 도착.
저기 보이는 왕산건재가 현재 물색한 가게터다.
아마 아는 사람들은 알 듯.
그 옆에는 역시 최근에 오픈한 카페.
청계천을 한 1/10000로 줄였다.
이 비좁은 곳에 10명 정도 앉은 의자와 테이블 놓고 시작해야 한다.
ㅋㅋ
다음주에 계약과 관련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저녁때가 됐다.
홍대에 잘한다는 파스타집이 몇 군데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까르보나라를 주문하기 앞서 웨이터에게 계란이 들어가냐고 물으니 들어간단다.
헌데 어째 미덥지가 않다.
훈련된 웨이터라면 좀 더 설명을 곁들일 것 같은데 예상치못한 질문에
단답식으로 '예'하고 마니..
까르보나라 나왔다.
말린 파슬리와 후춧가루, 그리고 흥건한 소스.
식당 이름이 딴또(Tanto-많이), 그것도 두 번씩이나 강조한 이름임에도 양은 평범하다.
맛보니 무난하지만 11,500원짜리 메뉴로는 용납하기 힘든 문제들이 드러난다.
먹어보니 계란과 빠르미쟈노 치즈의 맛은 거의 안나고 몽글거림도 없다.
대신 느껴지는 건 감자.
어딘선가 크림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소스의 점성을 위해
감자를 갈아 넣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집이 그런 듯 싶다.
베이컨도 훈연베이컨이 아닌 그냥 마트에서 파는 훈제액에 담근 베이컨.
11,500원에 파는 메뉴이니 원재료비만 대략 1,500원 이하고 1만원 이상을 수익으로 갖는 듯.
일반적으로 판매액에서 1/4을 순수 재료비로 보지만 이에 꼭 맞추는 집은 많지 않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발된 메뉴.
올리브 오일 소스에는 모두 피깐테(매운) 맛이 기본으로 입혀져 있다.
해물, 혹은 치킨 스톡에 고추기름, 몇 가지 채소와 해산물로 버무려낸 파스타.
입에 익숙하게 와닿는 맛이니 그것은 짬뽕.
살짝 썰어올린 비트의 색감을 제외하곤 특별할게 없지만
파스타를 이런식으로 즐기는 것도 한 방법.
짬뽕은 광화문 대우 빌딩 지하의 취홍이 아주 잘한다.
잘 우린 육수에 해산물도 손이 크고 청경채도 시원시원하게 올려준다.
값도 6천원이니 이 메뉴가의 절반.
그냥 파스타 본연에 좀 더 충실하면 좋을 듯.
훈련되지 않은 웨이터들도 문제인데
빈접시를 치울 때 하나씩 집어올려 가져가는게 아니라
테이블 위에서 매운탕 냄비에 남은 찬 쓸어 넣듯 한 꺼번에 포개어 치우는 행동은
여간 싸구려로 보이는게 아니다.
더불어 이 식당 천정에 매달린 조명의 갓 청소도 시급하다.
시커먼 먼지때를 바라보며 갑자기 쥐의 등짝이 떠올라 소름이 끼칠 지경..


